제목: 운전대를 잡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들

페스티벌 현장을 몇 년 다니다 보면 이동이라는 문제와 자주 부딪힌다. 공연이 끝난 뒤 택시가 잡히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는 일도 있고, 숙소와 행사장이 애매하게 떨어져 있어 마지막 셔틀을 놓치는 일도 있다. 그럴 때마다 ‘차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스치는데, 그 생각이 위험한 지점까지 가는 경우를 뉴스에서 종종 본다. 실제로 늦은 밤 행사장 인근 도로에서 음주나 무면허 상태로 차를 몰다 단속에 걸렸다는 소식은 해마다 반복된다. 문제는 그런 사건이 늘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피곤함과 조바심이 겹치면 평소의 원칙은 생각보다 쉽게 흔들리고, 흔들린 판단은 대개 그 자리에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얼마 전에도 음주나 무면허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가 적발된 사례가 보도됐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무면허 운전 적발 건수는 매년 수만 건에 이르고, 그중 상당수는 ‘잠깐이면 된다’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문제는 그 잠깐이 사고로 이어질 때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적발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행위는 특별한 몇몇 사람의 일탈이 아니라,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 아주 사소한 유혹에 넘어가 만들어내는 결과에 가깝다. 주차장에서 차를 빼는 몇 미터, 골목을 빠져나가는 몇 분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그 몇 미터 안에서도 보행자가 튀어나올 수 있고, 신호를 놓칠 수 있고, 사고가 나면 그때부터는 ‘잠깐’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무면허 운전은 단순히 ‘면허증을 안 가져왔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운전 자격 자체가 없는 상태에서 도로에 나서는 행위이고,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의 무게도 완전히 달라진다. 도로교통법 위키백과 문서를 보면 무면허 운전에 대한 처벌 조항이 별도로 명시돼 있는데, 이는 입법자가 그 위험성을 얼마나 강하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이 동시에 따라붙는 구조라, 한 번의 판단 착오가 오랜 기간 삶의 제약으로 남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보험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사고 상대방과의 분쟁이 길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면허 정지나 취소 같은 행정처분은 기록으로 남아 이후 차량 구매나 보험 가입, 나아가 일부 직종의 채용 심사에서까지 발목을 잡는다. 그야말로 몇 초의 선택이 몇 년의 조건을 바꾸는 셈이다.
흥미로운 건, 많은 사람이 ‘음주운전은 절대 안 된다’는 기준은 비교적 또렷하게 갖고 있으면서도 무면허나 면허 정지 상태의 운전에 대해서는 기준이 흐릿하다는 점이다. 술을 마시면 대리기사를 부르거나 차를 두고 가는 습관은 어느새 사회적 상식이 됐지만, ‘면허증이 없는 상태’라는 조건은 상황이 급박할 때 쉽게 망각된다. 하지만 법이 보는 위험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자격 자체가 없는 상태의 운전은 그 자체로 도로 위의 모든 사람에게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만든다는 점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다. 그래서일까, 단속 현장에서 나오는 변명의 상당수는 ‘몰랐다’거나 ‘잠깐이었다’는 식이다. 법은 그런 인식의 간극을 사정으로 봐주지 않는다.
여기서 흔히 나오는 변명이 ‘대리운전을 부르려 했는데 안 잡혔다’,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같은 것이다. 하지만 법은 그 사정을 사후에 고려하지 않는다. 무면허 상태에서 차를 움직인 사실 자체가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주변을 보면 이 경계를 가볍게 넘는 경우가 의외로 많고, 그럴수록 스스로에게 ‘나는 안 된다’는 기준을 세워두는 게 중요하다. 혹시 이미 상황이 꼬여 법적 판단이 필요한 자리에 섰다면 무면허운전처벌 같은 자료를 참고해 쟁점을 정리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이런 자료는 어디까지나 사후 정리를 위한 참고일 뿐, 애초에 그 자리에 서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사후 대응은 늘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하고, 그 최악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처음부터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페스티벌이 몰리는 시기에는 행사장 주변 도로가 극도로 혼잡해지고, 그 혼잡이 운전자에게 이상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여기서 조금만 움직이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생각, ‘남들도 다 하는데’라는 동조 심리가 겹치면서 판단이 흐려진다. 나 역시 한때 행사장 근처에서 마지막 셔틀을 놓친 뒤 주차장까지 걸어가며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걸어가는 동안 도로 위 차량들의 불빛을 보면서, 저 안에 앉은 누군가가 나와 같은 조바심으로 무리한 판단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편의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구조는 결국 그 안에 있는 모두를 위태롭게 만든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마음이 모여 도로 전체의 안전 수준을 끌어내리는 것이다.
결국 이 문제의 핵심은 이동의 편의가 아니라 판단의 순간이다. 페스티벌이 끝나고 피곤한 상태에서, 혹은 약속에 늦을 것 같은 조바심 속에서 운전대를 잡을지 말지 결정하는 몇 초가 이후의 몇 년을 바꾼다. 나는 그 몇 초를 위해 미리 대안을 정해두는 쪽을 택한다. 셔틀 시간표를 먼저 확인하고, 숙소를 조금 일찍 잡고, 안 되면 그냥 걷는다. 미리 정해둔 대안은 피곤한 상태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판단이 흐려지는 순간일수록 새로 결정을 내리기보다 이미 정해둔 계획을 따르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의 하루도 결국 안전하게 돌아와야 완성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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