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다툼의 승패는 종종 증거의 양보다 증언의 질로 갈린다. 최근 한 사건의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핵심 진술의 신빙성을 두고 판단을 내렸다는 소식이 눈에 띄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재판부는 특정 인물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봤다. 무죄와 유죄를 가르는 지점이 결국 ‘사람의 말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로 좁혀진 셈이다.

흥미로운 건 이런 판단이 결코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증인은 기억을 재구성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강조점이 달라진다. 재판부가 진술의 일관성, 다른 증거와의 정합성, 진술자의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는 이유다. 실제로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생각보다 촘촘하다. 진술 내용이 경험한 사실과 부합하는지, 진술 전후의 정황이 자연스러운지, 진술자가 사건과 어떤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지, 동일한 사안에 대해 여러 차례 진술하면서 핵심이 흔들리지 않는지 같은 항목이 차례로 검토된다. 법원이 판결문에서 ‘신빙성이 없다’고 한 줄로 적어내기까지 그 밑에는 수십 쪽의 검토가 깔려 있는 셈이다. 페스티벌 현장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수백 명이 같은 무대를 봤는데도 각자의 기억은 조금씩 다르다. 누군가는 조명을 기억하고 누군가는 관객의 열기를 기억한다. 사실은 하나인데 기록은 여러 개가 되는 셈이다.
이 지점에서 법적 분쟁의 실무는 상당히 정교하다.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사건일수록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한다. 자료 정리와 증거 보전, 진술의 맥락 파악이 어긋나면 나중에 아무리 좋은 주장을 펴도 힘이 실리기 어렵다. 그래서 사안의 성격을 정확히 진단하고 대응 전략을 세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전문 자문이 필요하다면 사기변호사 같은 곳을 참고해 흐름을 정리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정보 탐색의 차원이고, 결론은 사안마다 다르게 나온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진술의 신빙성은 ‘거짓말을 하느냐’의 문제와는 결이 다르다. 사람은 거짓을 말하지 않아도 틀릴 수 있다. 사건을 목격한 시점의 긴장, 주변의 소음, 시간이 흐르며 덧씌워진 후속 정보가 기억을 조금씩 비틀어 놓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기억의 재구성’이라 부르는데, 목격자가 확신에 차서 말할수록 오히려 오류가 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재판부가 진술의 ‘태도’보다 ‘정합성’을 중시하는 배경에는 이런 인간 인지의 한계에 대한 이해가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법정에서는 진술 자체만큼이나 그 진술이 나오게 된 경위, 즉 진술의 맥락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배경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우리 사법 체계가 ‘진술 증거’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는지 알 수 있다. 위키백과의 증거능력 설명을 보면 진술의 임의성과 신빙성이 어떤 기준으로 검토되는지 개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재판부가 특정 진술을 배척하거나 채택하는 판단은 결국 이런 기준의 축적 위에서 이뤄진다. 대중이 법정 뉴스를 접할 때 ‘왜 저 진술을 믿지?’라는 의문을 갖는 이유도 이 복잡한 검토 과정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오해하는 부분이 하나 있다. 진술이 여러 번 바뀌면 곧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쉽지만, 실무에서는 그 변화의 ‘방향’과 ‘이유’를 함께 본다. 최초 진술에서 빠졌던 세부가 뒤늦게 보강됐는지, 아니면 핵심이 흐려졌는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기억이 시간이 지나며 구체성을 잃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특정 이해관계가 개입된 시점을 전후로 진술의 결이 달라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결국 신빙성 판단은 ‘말이 맞는가’가 아니라 ‘이 말이 이 사람에게서 이 시점에 나오는 것이 자연스러운가’를 묻는 작업에 가깝다.
해설하자면, 항소심의 판단은 1심과 다른 시각을 보여줄 때가 많다. 같은 증거를 두고도 어떤 부분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차이가 대중에게는 혼란으로 비친다는 점이다. 그러나 법은 정답을 한 번에 내놓는 장치가 아니라, 여러 단계의 검토를 통해 오류를 줄여가는 절차에 가깝다. 항소와 상고가 존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심이 사실관계를 1차로 정리하는 무대라면, 항소심은 그 정리에 어떤 논리적 결함이 있었는지를 다시 들여다보는 무대다. 그래서 항소심 판결문에는 종종 1심이 지나쳤던 진술의 맥락이나 증거 간의 미세한 간극이 새로 등장한다.
함의는 분명하다. 법정 다툼을 바라볼 때 우리는 승패라는 결과에만 주목하기 쉽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진술의 신빙성, 증거의 정합성, 절차의 적정성을 따지는 치열한 검토가 깔려 있다. 페스티벌을 정리하며 늘 느끼는 것이지만, 결국 중요한 건 표면의 화려함이 아니라 그 아래를 떠받치는 구조다. 법정도 마찬가지다. 판결문 한 장 뒤에 쌓인 판단의 층위를 읽어낼 때, 비로소 뉴스가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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